본문 바로가기
베트남 이야기

"형님, 그래도 아직 베트남, 정이 많아~ 정이~"

by 달콤할배 2022. 9. 3.
728x90
반응형

코로나 봉쇄가 풀려 요즘 주변 한국 지인분들이 많이들 한국에 들어가셨다 옵니다. 

 

얼마전 코로나 땜에 아이를 한번도 한국에 데리고 가지 못했던  지인 L씨...

이번에 한국에서 가족중 한명이 결혼을 하게 되어서, L씨 가족 모두가 한국으로~~ 가야 했어요.

 

특히 L씨는 아이에게 아빠의 나라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크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기쁜 마음에 여권을 준비하였는데.....

 

L씨는 구비서류를 준비해서 영사관에 가서 서류와 사진을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오른쪽 눈썹이 안보여서 안됀다고 했대요...  '음... 그래 눈썹이 문제였단 말이지...' 하고 돌아 왔대요.

짜증은 났지만 여권 사진에 머리 스타일이나 눈썹이 문제가 된다고 듣긴 들었으니... '그래 다시 잘 찍고 오자..'

그리고는 영사관을 나서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오후에 사진을 찍고 다음날 다시 찾은 영사관....

 

"사장님 죄송한데... 치아가 보이면 안됩니다"

"네? 어제는 눈썹이고 오늘 치아 때문에 안된다고요? 아니 애가 사진 찍다보면 살짝 입이 벌어질 수도 있는데 입 벌린 사진이 안되는 법이 있어요? 아니면 치아가 보이면 안된다고 어느 법에 나와 있어요?"

그래도 돌아오는 답은 "죄송합니다, 이 사진은 안됩니다."

 

L씨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그냥 홱 나와버렸대요 '진짜 더러워서 못해 먹겠네... 아 진짜...'

 

이렇게 화가 날만도 한 것이  L씨 집에서 호치민 영사관까지 '70km'가 넘는 거리입니다. 한국처럼 대중교통 이용해서 편하게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한국처럼 도로가 시원시원해서 이동 시간이 짧은 것도 아니고 시간은 시간대로 빼앗겨서 완전히 하루 일정이 날아가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2번이나 문제가 생겨 짜증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겁니다.

집에 와서 사진을 또다시 찍고 이튼날 다시 영사관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담담하게 사진을 건냈다고 했습니다. L씨는 '아니 이게 머라고' 하면서 살짝 긴장도 됐다고 하더라구요 ㅎㅎ

 

그런데 담당관이 한참을 보더니 아이 눈 밑에 이 있냐고 물었데요, 그래서 '무슨 소리에요 우리 애는 얼마나 얼굴이 깨긋한데...' 그래서 사진을 보니 잘 모르겠는데... 자세히 보니 자기도 사진에서 점 비스므리한게 보였다고 했어요. L씨는 이젠 거의 포기 상태로 "이것도 안돼죠?"라고 물었더니 혹시 다른 사진 가지고 온거 있냐고 해서 가지고 온 사진을 다 건내주자, 담당자가  "아, 이 사진으로 하면 될 것 같네요"라고 해서 순간 '이제 됐스~~예스, 예스~'라고 속으로 기뻐라 외쳤다네요 ㅎㅎ 

 

잠시 뒤 여권발급 접수가 끝나 비용을 지불하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지갑을 꺼내려는데...  아무리 뒤져도 지갑이 없어서 집에 전화를 하니 분명 가져왔다고 생각한 지갑이 TV 옆에 얌전히 있다는 아내와의 전화 통화로 다시 멘붕.....

 

생각해 보니 그냥 주머니에 차비 몇 푼 있는걸, 돈을 가지고 왔다고 착각했다는 겁니다... 헐... 다시 가야 하나... L씨는 '안돼, 이번에 끝을 내야 돼'라는 생각만으로 이러저리 궁리를 하다가 주변에 도움을 요청을 하기로했습니다.

 

일단 아내와 전화가 연결된 상태에서 근처 복사를 해주는 가게에 들어가서 무작정 사장이 누구냐고 물어본 후 전화기를 바꿔 아내와 통화를 하게 해줬다고 해요

(상황으로 봤을때 가게 사장님은 정말 황당했을 것 같아요... 이상한 덩치 큰 외국인이 갑자기 핸드폰 들이대고 통화하라고 ㅋㅋ)

 

아무튼 그렇게 통화를 끝냈는데 아내가 신랑에게 그 사장님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해요. "돈을 내줄테니 걱정하지 말아라, 외국나가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라고 했다고 해요, 오~~ 멋진 싸장님을 만났네요~~... 

 

L씨는 아내가 사장님 계좌로 이체를 해주고 사장님이 돈을 주었으니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닐꺼라 생각이 들수도 있지만 외국인이 베트남어도 못하는데 베트남 거리 한복판에서 용기를 내어 베트남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고 베트남 사람은 작은 일이지만 그래도 관심을 가져줘서 자기가 마무리를 잘 하고 돌아 왔으이 그것만으로 너무 고마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너무 고마운 마음에 L씨는 주머니를 탈탈 털어 가지고 있던 작은 돈을 다 주면서 커피 마시라는 흉내를 보이며 몇번 고객을 숙여 예를 갖추어 인사를 하고 나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저한테 전화로 그간 벌어진 일들에 대해 넋두리 하듯 이야기를 해주더라구요 그러면서 끝 말에    "형님, 베트남이 아직 정이 많아~~정이..." ㅎㅎㅎ

 

여권 관련 이야기를 하다보니 저도 아동 여권사진 관련 내용이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져봤습니다....

그리고 여권 사진의 규격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정한 기준을 따르고 있다고 하니 법은 아니어도 법인거나 다름 없습니다. 

 

=이상 ~=

728x90
반응형

댓글